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춘향가


김세종제 춘향가 완창
김희재 소리

네 시에 시작해 10시 가까울 때 끝났다.(와 진짜 소리꾼도 청중도 진짜 독하다)
1부 때 나도 모르게 졸아서 소리꾼에게 참 미안했다.
1부는 관객이 남원과 만나고 몽룡이 춘향을 만나는 내용이다.
몽룡은 춘향을 보고 제 짝임을 알고 찾아가는 적극성을 보이는데 이 마음이 가볍게 보인다. 예쁜 인물 밝히는 너무나 흔한 남자일 뿐인 것 같은 느낌.
이 가벼움을 점잖게 꾸짖고, 층위를 올리는 건 증서다.
이 도령이 증서를 쓰고야 춘향을 대면하게 된다. 이렇게 사건은 개인의 만남에서 그치는 것 같으나.

이 공연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2부였다.
변학도가 사또로 온 후에 에너지가 새로운 형태로 결집된다.

변사또가 춘향이 몹시 궁금하여 부르는데 그 심부름을 누가 먼저 하냐면 행수기생이다.
기생 짱 행수기생이 춘향이네로 가서 한다는 말이 정렬부인 애기씨 나오너라이다.(상당히 싸늘한 대사)
춘향이는 행수기생의 맘을 녹여 돌려보내고, 변사또는 사령 둘을 보내는데, 이 사령 두 놈은 잘 되얐다 춘향이 꼴하면서 춘향이네로 갔다가 춘향이가 술도 주고 석 냥씩도 주며 구스르는 것에 넘어가 돈타령 부르다가 나온다.
이렇게 변사또는 약이 올라 결국 춘향을 잡아 들이게 된다. 수절 중이라는 춘향이 보고 니가 수절을 하면 대갓댁은 요절하겠다면서 매우 비아냥댄다.
춘향은 자신이 매맞고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일흔 어머니와 낭군을 다시 못 보게 됨을 슬퍼한다. 춘향이 쓰는 것이 일심.
춘향은 형틀에 묶여 매를 맞아 피를 유수처럼 흘린다. 이제 여론이 바뀐다. 모질도다 모질도다 모진 사또. 춘향이 때리던 형리까지 눈물을 흘리며 못하겠다고 한다.
춘향은 옥에 갇히게 되고 기생들이 눈물을 흘리는데 한 년이 지화자 좋구나 춤을 춘다.
기생들이 네 년이 무슨 원수를 져 좋아하느냐고 어이없어하자, 그 년이 답하길 어디에 무슨 기생 어디에 무슨 기생 이름났는데 이제 남원에도 이름 난 기생 하나 생겼다는 거다.

사람들의 평가나 기준이 바뀌는 내용이었는데
공연장 상황도 에너지가 재편되었다.
퇴근 시간 즈음이 되어 사람들이 더 들어왔고 추임새가 훨씬 적극적.

3부는 급제한 몽룡이 찾아 와 변사또 징벌하고 춘향과 재회하는 내용.
그 행복을 모두가 함께 나누면서 판소리 마당이 끝난다.

춘향가 주인공이 누구여야 하는가
춘향일 수밖에 없었다.

고귀하자니 신분이 안 받쳐주고
막 살자니 인격이 그리하지는 못할 격이다.
재목에 비해 사는 판이 너무 초라한 거다.
(나 이 얘기 하고 싶었는데 내 얘길 들은 친구가 이렇게 세 줄로 정리해 버림. 분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므로 몽룡은 과거 급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춘향이의 결단에 호응하려면 그런 결과가 나와야 할 수밖에 없겠더라 싶었다.

하 그런데
이미 구조론에 정리되어 있던 내용.

이 한 마디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