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작은 항구
긴 연휴. 달력은 쉬고 나는 일했다.
그리고 겨우 생긴 시간적 여유, 퇴원한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아침 8시 되기도 전에 진도읍내에 도착.
좀 피곤하지만, 팽목항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터미널에 있는 편의점에서
매우 차분하고 친절한 직원이 꺼내준 비타오백 선물용 큰 박스 하나와 초콜릿을 샀다.
8시 10분에 떠나는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뿌연 하늘 작은 항구
새로운 조형물과 기다림의 의자가 새로 놓였다.
메시지가 가득 적힌 테이블
전에 봤을 땐 노란 색으로 칠한 구두가 놓였던 것 같은데 노란 운동화다.
등대 옆에는 과일과 술
아직도 아홉 명이나.
꼭 돌아오시길......
바람은 거셌다.
바다에서 이런 바람은 아무 것도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분향소에서 사진들을 보는데
이게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헌화와 묵념.
비타오백 드시라고 드리고 나왔다.
그리고 읍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배 조형물을 실은 수레가 지나갔다.
사람들도 지나갔다.
승현이 아버님과 눈이 마주쳤다.
인사하고 싶었는데 말을 꺼내질 못했다.
일행 중 젖은 양말을 꺼내 꾹 짜는 다른 아저씨에게 추운데 괜찮으신지 물어보았고,
배 조형물을 갖고 오느라 양말이 젖은 건데 괜찮다고 하셨다.
고생하신다고 말을 건네니 아니라고 하신다.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하셔서
서울서 왔는데 지금 분향하고 왔다고 하니
먼 데서 오셨다며 고생하셨다고 하신다.
나는 차 타고 그냥 왔는데 무슨 고생이겠냐며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 때 읍내 가는 버스가 와서 나는 버스타러 갔다.
다음날 페북으로 알게 된 건데
이날 승현 군 아버님과 승현 군의 누나 아름 씨는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시작했던 거였다.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