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선 곳
작은 도시의 밤, 큰 병원의 밝은 편의점에서
sooien
2015. 3. 26. 18:10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편의점 알바를 우렁차게 불렀다.
야앗!
나는 너무 깜짝 놀라서 (아니 대명천지 21세기에 어떻게 저렇게 서비스업종 종사자에게 함부로 할 수가 있지?)돌아 보았다.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대동하고 온 늙은 아저씨였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알바를 보았다.(저 사람이 더 함부로 대하면 내가 나가서 신고를 해주게써요)
그런데 알바청년은(서글서글하니 키도 크고 얼굴도 작은)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런 알바청년에게 할저씨가 말했다.
야 너 이거슬 나에게 얼마에 줄래
(음......뭔가 웃기기 시작하는데?!)
청년은 조근조근 뭔가를 설명했는데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아무개하고, 할인하고, 수저하고, 쩌기하고
(아 뭐야. 들리는 단어가 뭔가 친근하네)
그리고 조금 후
서글서글 웃는 알바청년과,
팔깁스를 하고 눈에 혈관이 터져 빨갛게 충혈된 청년 환자와,
링거를 보초병처럼 세워놓은 할저씨 환자는
편의점 테이블에 사이좋게 모여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각자의 표정을 고수한 채)
나눠먹었다.
엄마도 아빠도 아니지만
가족인듯
투게더
음...
나 왠지 흐뭇한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