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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sooien 2018. 12. 26. 00:11
오리탕이지.
 
 
광주 오리탕 골목에서 잘나가는 세 집 중 하나인 영미오리탕.
서울에도 있다고 한다.(군자역 근처)

홀에도 테이블이 있지만, 우리 일행은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인테리어가 광주에 있는 영미 오리탕과 아주 비슷하다고 한다.

미나리가 듬뿍. 육수와 미나리는 리필해가며 먹었다(무제한 리필은 아니고 한두 번은 리필 가능했다)
광주 본점보다 국물이 더 진한가? 국물 색이 더 하얀 편인가? 갸웃하는 미식가들. 육수에도 아주 곱게 간 들깨가루가 들어간 것 같았는데, 더 하얀 편인 것은 거피를 더 해서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사장님께 말을 걸었다.
광주식 오리탕을 하는 데가 없어서 못 먹고 있다가 여기를 알고서는 먹으러 왔어요.
(그러고 보니 질문을 안 했네)


오리로스
밑반찬인 새콤한 깻잎, 깍두기, 김치가 특히 맘에 들었다. 상추와 파채를 무친 것은 안 달아서 좋았다.
반찬들에 만약 단맛이 더해졌다면 오리의 강력한 고소함과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초장 베이스에 들깨가루 듬뿍 넣은 양념장.
오리 고기와 미나리를 함께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밸런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말이 되는 조합인가 이게? 고소함이 세서 느끼할 수 있는 오리 고기와 신선하지만 향이 센 채소와, 양념장은 초장베이스. 온갖 센 것들이 만났는데 이 조화는 무슨 조화란 말인가.
조화의 전제가 뭘까. 담백함? 일단 재료들 전처리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야 음식점들의 기본이어야 하고.
경험도 중요한데, 음식만 놓고 보자면 육수가 중요하지 않을까? 맛의 기준이 되어주는 적절한 담백함. 그러니 센 고소함도 센 청량함도 잘 어우러지는 거 아닐까? 양념장에도 들깨가 들어가고.

각 지역마다 고수들이 개입한 게 분명한 질서들이 있는데(등푸른 생선으로 맑은 국을 끓인다든가)
이런 조합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런 게 궁금하다.


크리스마스 선물.
오리탕과 미나리 그리고 양념장과 들깨가루가 있었다.

큰 냄비 가득 담긴 반 마리.

평소 오리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틀 연속 끼니마다 오리탕만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