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의 바닥
한글 궁체사
sooien
2020. 1. 29. 02:04
한국한글서예연구회에서 낸 책. 한글궁체사는 남아 있는 사료가 충분치 않다. 궁체의 기준을 세웠다고 할 만한 조두대(상궁)의 글씨가 어떨지 매우 궁금한데 알 길이 없다. 궁체가 왕실에서 완성되고 발전했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짐작가능한 디테일이 있는데, 이 책은 궁체와 관련된 맥락을 실록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궁체는 지밀에 속하는 궁녀들이 쓴 글씨체이다. 42쪽
지밀 궁녀란 궐내에서 대전과 내전뿐 아니라 대비 등 윗전들과 세자, 세손들의 시중을 드는 임무를 가진 여성들.
윗전의 글 심부름을 위해 궁체가 쓰임. 글씨본을 바탕으로 정해진 시간과 분량과 완성도라는 조건들을 모두 충족해내는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사대부가 여성들이 쓰던 나름체와는 다른 점. 어린 나이(4세)에 궁에 들어온 아기나인들이 글씨 익히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밥도 못먹었다고 한다.
소혜왕후가 쓴 내훈의 발문을 조두대가 썼다는데 세 왕을 모신 상궁이었다. 광평대군의 가비였다가 광평대군이 세상을 뜨자 수양대군이 거두어 글씨 심부름을 시킨다. 범어와 이두에도 능통한 실력 때문일 것이라 한다. 석보상절 월인석보 인출에도 간여했다고 한다. 정희왕후의 수렴청정시 신하와 왕후가 각자 한글과 한문에 능통하지 않아 생길 불통을 방지하고자 문건을 서사하는데 그 임무를 맡은 이였다. 정희왕후의 며느리인 소혜왕후가 내훈을 썼을 때 조상궁이 발문을 썼다는 것을 보고, 이 책에서는 조상궁의 활약과 삼대에 걸친 충성도를 이유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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