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hungking Express
sooien
2015. 1. 22. 17:28
아무리 캡처에는 장사가 없다지만,
왕가위 영화는 보다가 일시정지해도 그대로 사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상미가 상당해서
너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상징도 꽤 그럴듯하다.
시 한 편씩 나올만한 이미지나 언어유희도,
대사 한 줄 아니면 화면의 일부로 알뜰하게 압축되고 있었다.
그런 꽉꽉 채워진 긴장을 좀 풀어주는 것은
비 맞은 중도 아니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레이션.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되기 3년 전을 살고 있고,
제국과 대국 사이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한쪽에선
총을 갖지 않은 여자에게 금발 가발을 씌워 즐기던 코쟁이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탈주하는 알뜰한 금발 가발 중국미인 킬러에게 죽임을 당한다.
또 한쪽에선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시끄럽게 틀어놓고 뇌를 좀 쉬게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 설정과 인물과 갈등이 꿰일 수 있는 이유는
인물들이 젊기 때문이다.
정착할 것이냐 떠날 것이냐로 고민하는 사람들.
유통기한 임박한 통조림들을 부여잡고는 시간을 붙들어매어보려는가 하면,
비행기 모형을 애인의 등에 착륙시켜 보려고도 한다.
비행기라는 21세기의 붕을 타고 안전하게 떠났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가봤자 별 거 없더라는 것을 알지만 당신과는 한 번 떠나보겠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누구라도 부딪칠 거 같은 비좁은 곳에서 나름대로 질서 있게 생활이 유지되고 공간이 정리된다.
개인이 가진 외로움이 그냥 그대로 습하고 더운 배경이 되고,
가끔 보이는 파란 하늘처럼 사람을 기대하게 하는 긴장감의 이미지가 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