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밀양에 사는
송전탑 건설을 목숨 걸고 막고자 하는
토박이와 귀농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밀양을 살다는 주제가 다양하다면 다양하다. 메타 텍스트 사례로 들 수 있는 책이다.
일단 너무 절박하고 도리에 맞지 않고 힘든 현실을 다루고 있는데도, 그것을 뛰어넘는 가치가 많이 보인다.
구술된 내용을 옮긴 책이라 그런지, 설화적 느낌을 준다. (못된 용하나가 마을을 풍비박산 내놓고 그것을 잡으려고 용맹자가 나타나고 그러는 옛날 얘기 느낌도 난다. )
사회에 맞서게 된 개인들의 고백이 하나.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부터, 산업화부터 시작되는 노년들의 회고록 성격이 또 하나
(아마 한전과의 싸움이라는 큰 비극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이 드러나지 않았을 인생의 주된 사연들이, 어마어마한 현실 때문에 그래도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의외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직설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
경남 지방 사람들이 갖는 문화적 특성 : 전통적 규범과 유약한 서민, 농부의 뚝심 등이 이루는 경계들이 강한 자기애라는 코어에 다 걸쳐 있다.
얌전한듯 강한듯 질긴듯 여유롭고 독한듯 매력적인 그 강렬한 느낌이 있다.
(김정한 선생의 모래톱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던, 일관성 강하고 투명한 그런데 걸걸한 저항적 캐릭터가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사람 참 먹먹하게 만들었던 변호인의 대사도 생각났다)
다큐나 르포에서 느껴지는 미덕이 잘 살아 있다.
그리고 매우 미묘하게 달라지는 어휘들.
희망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도움자라는 20세기 식 낱말은 거칠지만 정밀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다정함과 절실함도 느껴진다.
그렇지예 라는 설의법이 주는 강한 여운.
텍스트에도 메타 텍스트가 있다면, 한숨에도 메타 한숨이 있을까
찢어진다는 표현이 이렇게 잘 맞을 수 있을까
하나하나 그냥 넘길 송전탑이 없고,
하나하나 그냥 넘길 인생이, 한숨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나서
끝내 밀양은 그들이 지켜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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