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설득 23장 일부
'설득' 민음사 판을 먼저 읽고 나중에 문학동네 판도 읽었다. 민음사 판은 작가의 표현 방식이나 의도를 드러내는 데 충실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문학동네 판을 읽으니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을 받았고 속도감 있게 읽었다. 내용을 알고 또 읽어서 속도감 있게 읽은 것도 있겠지만, 역자들이 줄거리 전달이나 인물의 갈등 전개 방향을 명확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술술 읽은 것 같기도 하다.
다만 두 번역 모두 과감하게 생략하는 부분들도 꽤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Mrs Croft left them, and Captain Wentworth, having sealed his letter with great rapidity, was indeed ready, and had even a hurried, agitated air, which shewed impatience to be gone. Anne knew not how to understand it. She had the kindest ‘Good morning, God bless you!’ from Captain Harville, but from him not a word, nor a look! He had passed out of the room without a look!
전승희 번역(민음사) : 크로프트 부인이 떠나고 웬트워스 대령이 급히 편지를 봉했다. 떠날 준비를 마치고 다소 서두르고 있었으며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듯, 그러니까 빨리 자리를 뜨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하빌 대령은 앤에게 지극히 다정하게 "좋은 아침 보내세요. 신의 가호가 있으시기를."이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웬트워스 대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그녀 쪽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단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나가 버린 것이다!
원영선 전신화 번역(문학동네) : 크로프트 부인이 떠나자 황급히 편지를 봉한 웬트워스 대령은 정말 곧바로 나갈 태세였고, 심지어 허둥대며 초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저 얼른 자리를 뜨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앤은 난감할 따름이었다. 하빌 대령이 너무도 친절하게 "좋은 아침 보내세요"라며 인사를 건넨 반면 그는 말 한마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방을 나가버리다니!
She had only time, however, to move closer to the table where he had been writing, when footsteps were heard returning; the door opened, it was himself. He begged their pardon, but he had forgotten his gloves, and instantly crossing the room to the writing table, he drew out a letter from under the scattered paper, placed it before Anne with eyes of glowing entreaty fixed on her for a time, and hastily collecting his gloves, was again out of the room, almost before Mrs Musgrove was aware of his being in it: the work of an instant!
전승희 번역(민음사) : 하지만 그녀가 그가 편지를 쓰고 있던 탁자 쪽으로 가는 동안 방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고, 문이 열렸으며 곧바로 그가 들어섰다. 그는 실례한다고, 장갑을 잊고 갔다고 말하면서 곧장 방을 가로질러 탁자로 가더니, 머스그로브 부인을 등지고 서서 흩어져 있던 종이들 밑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앤 앞에 놓았다. 그러고는 잠깐 동안 편지를 읽어 달라는 듯한 표정과 함께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급히 장갑을 들고 다시 방을 나갔다. 머스그로브 부인은 그가 방에 들어왔다 나간 것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원영선 전신화 번역(문학동네) : 그러나 잠시 후 앤이 그가 편지를 쓰고 있던 탁자 가까이로 옮겨가는데, 누군가 되돌아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바로 그였다. 웬트워스 대령은 장갑을 잊었다며 양해를 구하고는 즉시 방을 가로질러 탁자로 왔다. 머스그로브 부인을 등지고 서더니 흩어진 종이 밑에 있던 편지를 꺼내 앤 앞에 놓았다. 잠시 그녀를 쳐다본 그의 눈에는 애원하는 듯한 강렬한 눈빛이 담겨 있었다. 그런 뒤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머스그로브 부인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서둘러 장갑을 집어들고 다시 방에서 나가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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