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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낯선 곳

[서촌 떡볶이]떡볶이





나는 전설로 남은 떡볶이를 찾아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갔고, 파리바게트를 보았으며

파리바게트 안쪽으로 들어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전설의 떡볶이를 찾아갔다


있다.



철물점 바로 옆에

의자 하나 두고, 번철 하나 두고

그 떡볶이가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떡볶이를 만드는 할머니는 음...진짜 할머니다.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질서의 느낌.

전쟁 때 혈혈단신 월남하셔서 혼자 고생하며 사셨고, 떡볶이 장사를 하셨고, 근처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곤 했고, 이제 나이가 엄청 많으시다는 이야기를 설재우씨의 서촌 이야기책을 통해 접했었다. 

근데 아직도 하고 계실 줄이야.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니까 할머니 떡볶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번철에 볶아서 만드니까 보끈 떡볶이 아님 기름 떡볶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옛날 떡볶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 떡볶이


1인분에 얼마냐고 물으니

이천원이라고 하셨다



근데...

근데...

한 번 떡볶이를 담은 주걱은 다시 번철로 돌아와

다시는 떡볶이를 푸지 않았다


나는 이천 원을 들고 

영원 같은 2초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양이 적은 떡볶이를 사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할머니는 떡볶이를 잘 싸주셨고

또 오라고 하셨다.

네.


떡볶이 맛은?

맛있었다.

담백하고 짭조름하고

맛은 매우 다르지만, 그 담백한 성격이 평양냉면을 떠올리게 했다

묘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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