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에 또 오라고 하셨던 할머니.
나 또 갔다.
비가 흩뿌려지던 오후, 의자에 빗방울이 맺혀 있자
할머니는
손수
무려
방수가 되는 순백의 방석을 하나 꺼내 주셨다
"앉어" 하시면서.
그렇게
스티로폼 상자 뚜껑은
나에게로 와서 방석이 되었다.
2.
각잡힌 떡들. 잘 볶아진 상태.
옆에 놓인 간장 양념 통에서 양념을 덜어 슥슥 발라 한 번 더 볶으신다.
꼭 필요한만큼 움직이는
절묘한 손놀림
두 번째가서인가
왠지 떡 한 조각이 더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작은 떡볶이 봉지를 들고 나올 때
할머니는 뭐라고 그러셨더라
잘 가요? 또 와요?
나는 잘 갔고
또 올 생각이다.
'서울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하늘 (3) | 2013.11.25 |
---|---|
인왕산 하이힐 (0) | 2013.11.12 |
[전시]친일문인과 그들의 작품 展 (0) | 2013.08.15 |
[떡볶이] 승혜네 떡볶이 (0) | 2013.08.14 |
작년 여름 (0) | 2013.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