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많이 낀 날이고 너무 흐렸는데 비는 안 왔다.
안산 자락길에 가기 전에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면 인왕산이 저렇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락길을 덮을듯이 내려온 가지들. 무슨 열매인지는 모르겠는데 더 익어서 빨개졌다.
골프도 헬스도 요가도 산불도 조심
초록 초록 길,
유모차를 타고 온 어린이도 있었다.
자락길이 만들어지고나서, 10년 전에 비해 확실히 여성들이 자락길을 많이 찾는다.
왁자지껄한 까마귀과가 아니라 그래도 조근조근 수다 떠는 쪽에 가깝다.
산 안에서는 그냥 타인이 아니라 같은 등산객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전철 안에서처럼 인상을 퐉 쓰는 사람들은 나말고는 별로 없는 거 같다.
가끔 다른 등산객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는데, 추한 모습이라기보다는 넉살 좋은 쪽에 가깝다.
한 아저씨가 넓은 터 앞에서 살구를 들고 서서, 지나가는 몇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다.
배도 나오고 개기름도 살짝 낀 그냥 아저씨 모습과 얼굴인데, 인심 좋고 다정한 소년 같은 표정으로 말을 건다.
이게 살구예요 살구, 내가 주웠는데 드실래요? 한 번 드셔 봐요.
한 아주머니가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안 받을 줄 알았는데,
멍데여 하면서 공짜 살구를 살구머니 받았다(눈은 새침한데 입이 웃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는 전망대 앞 벤치에 같이 앉게 된 아주머니에게 오이를 권하다 거절당하기도 한다.
자기가 먹어봤는데 이 오이가 얼마나 시원한지
산에서 먹는 오이는 갈증을 얼마나 잘 해소를 해주는지
이 오이가 마트에서 할인하여 산, 물가 비싼 이 시기에 참 얼마나 복스런 오이인지
아주머니는 그런 오이의 가치를 모르고, 돼써여 하고 아주 조금 옆으로 옮겨 앉았다.
자락길과 이어진 산책로
잠시지만 텅빈 길인 때도 있었다.
자락길 따라 여기저기 걸으니 오늘도 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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